길 위에서
높이 올라 멀리 간 사람 바라보네 본문
■ 진경산수 2
높이 올라 멀리 간 사람 바라보네
한국의 ‘Alpinism’은 인수봉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근교의 모든 암봉이 걸어올라갈 수 있지만 인수봉은 그렇지가 않았다. 도저히 오를 수가 없어보였다. 그 이유 하나로 시작된 이 땅의 알피니즘.
오랜 세월 인수봉은 다양한 이미지로 기록되었다. 그냥 높은 봉우리로 산을 상징하였고 소의 뿔로 여겼으며, 멀리서보니 창같이 뾰족하게 생겼다고도 한다. 조선에서는 꼭대기에 뛰어나온 부분 때문에 부아암(負兒岩)이라고도 하였고 누구는 사찰의 풍경(風磬)을 떠올렸다. 조선 후기 경화세족들은 자신의 거처를 그림으로 남길 때, 인수봉을 배경으로 하여 자신의 세도를 은연중 자랑하기도 했다.
동산계정도(東山溪亭圖, 김윤겸), 양주송추도(楊州松楸圖, 정황), 청담도(淸潭圖,정선)
귀바위라고 부르는 인수봉의 툭 튀어나온 부분을 두고, 누구는 고흐를 노래하였는데, 여명(黎明)의 조선인 클라이머들은 반대편 인수봉 후면에 또 하나의 귀바위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길을 처음 올랐던 벽안의 클라이머는 정면 귀바위에서 투구를 연상하였다. 아이를 등에 업은 여인. 인수봉에게 ‘그리움’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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