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은한이 비치던 도봉서원의 석지(石池) 본문
■ 와유(臥遊) 8
은한이 비치던 도봉서원의 석지(石池)
도봉동천(道峯洞天)은 서원터 앞쪽과 가학루(駕鶴樓)터의 계류가 뛰어나다. 그 중에 서원터 계곡에 홈이 파진 큰 바위가 기울여져 있는데 자연적으로 생겨난 포트홀과는 달리 가공된 석지(石池)가 아닌가 한다.
동토(童土) 윤순거(尹舜擧)의 〈도봉서원 석지기(道峯書院石池記)〉에서 1630년 도봉서원을 찾았을 때, 서원 안에서 돌 받침을 보게 되었는데, 높이는 한 척이 못 되었고, 넓이는 한 길 정도 되었는데 돌 받침 밑에는 그것을 지탱하는 받침이 더 있었다고 한다.
이전 영국사의 유적이라 치우고자 하였으나, 크고 무거운 데다 뿌리가 깊어 뽑을 수도 없고 단단하여 부술 수도 없어 윤순거가 연못을 만들고자 장인(匠人)을 불러 사방으로 새끼줄로 묶고 그 가운데를 정으로 뚫었다.
다음날 비가 내려 석지에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찼고 그는 아침저녁으로 석지를 즐겼다. 석지에 바람이 불면 수면 위로 잔물결이 일고 그늘져 구름 그림자가 드리워 흐르다 햇빛이 비추어 밝아졌으며, 동쪽에서 달이 뜨니 은하가 비치이고 또 촛불과 같이 그윽하고 거울같이 명료하였다고 적고 있다. 후에 석지에 물고기를 키우거나 연꽃을 심고 또 물을 끌어대어 완성하길 바랐지만, 아무래도 이 석지가 치워져 계류에 놓인 듯하다.
* 尹舜擧, 〈道峯書院石池記〉, 《童土集》,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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