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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학천(鶴天)에서 노닐다 본문

유산(遊山)과 와유(臥遊)/학천에서 노닐다

학천(鶴天)에서 노닐다

雪夜小酌 2024. 5. 9. 20:29

■ 와유(臥遊) 2
 

학천(鶴天)에서 노닐다

 
작괘천가에서  노닐다 길을 이어 비래봉(飛來峯) 반구대에 이르렀다. 최신기는 포은(圃隱)을 빌려 이곳에 집청정을 짓고 소요하며 주변의 경관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천석명(泉石名)을 바위에 새겼는데, 맞은 편 포은대 바위절벽에 학 그림(畵鶴)과 함께 학소대(鶴巢臺)라 하여 이곳이 선경(仙境)임을 알렸다. 황경원(黃景源, 1709∼1787)은 〈집청정기(集淸亭記)〉에서,
 

"경주(慶州) 남쪽으로 70리에 있는 비래봉(飛來峰)은 고 익양백(益陽伯) 문충(文忠) 정공(鄭公) 몽주(夢周)가 지나가는 길에 노닐었던 곳이다. 봉우리의 높이는 10장인데 평원을 따라서 우뚝하게 치솟았다. 찬 샘이 그 아래를 휘감아 흐르는데 모두 아홉 구비가 듬성듬성 소나무로 이어져 있고 흰 자갈이 깔려있다. 그 깊은 못에는 구름이 잠기고 햇빛을 머금었으며 고운 무늬가 일어나 잔물결이 인다. 그 세찬 여울은 물살이 부딪쳐 달아나고 비스듬히 꺾여서 멀리까지 그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해가 지면 물살이 더욱 빨라져서 쟁쟁하게 밤새도록 끊이지 않는다. 큰 바위가 샘가에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긴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문충공이 이를 몹시 사랑하여 여기에서 노닐었던 것이다." 1)
 

라고 이곳을 노래했다. 울주를 고려시대에 학성(鶴城)이라 하였으니 울주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바위그림으로, 동천구곡의 바위에 새긴 유일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곡천 주변 무른 퇴적암이라 학을 새김이 가능했겠다.
 

 

 
화학암(畵鶴巖)
눌제(訥齊) 곽전(郭瀍,1839∼1911)
 
한 조각 기암 위의 그림이 실물 같은데
一片奇巖畵面眞
반구대 위 맑은 물가에 비치네
盤龜之上玉泉濱
인연이 닿는 희미한 자취는 요양 땅의 표지라면
緣應幻骨遼陽票
꿈 같이 사귄 정은 적벽으로 인연함인가
夢若交情赤壁因
계곡의 달이 맑은 밤 하늘에 걸린 뜻은
溪月晴空飛意思
아침 안개와 붉은 아지랑이에 젖어 가는 서정
朝霞丹液濕精神
신선이 된 넋이 그윽한 저녁을 맞았는데
仙魂欲返幽閒夕
맑은 물가 큰 소나무 서로가 말없이 다정도 하네
淸澗喬松黙輿親 2)


 
 
 
 

 
1. 박재금 · 이은영 · 홍학희(공역), 한국고전종합DB
2. 성범중, 〈울산의 구곡(九曲)과 구곡시(九曲詩)〉, 《자연에서 찾은 이상향 구곡문화》, 울산대곡박물관 개관1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발표자료집, 2010
3. 강원도 무릉계 반석에는 금란계(金蘭契) 계원 명단과 계를 상징하는 난(蘭)을 새긴 것이 있다.